🌴 문명과 야만의 이면을 드러내다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은 인간의 본성이 얼마나 쉽게 야만으로 치달을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그린 소설이에요. 작가는 2차 세계대전의 참혹함을 목격한 뒤, 인간 안의 악을 이야기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해요. 작품의 핵심은 “우리 안의 문명은 얼마나 얇은가?”라는 질문이에요. 이야기의 주인공은 조난당한 소년들이에요. 그들은 어른 없이 무인도에서 살아남아야 하죠. 처음에는 랄프와 피기를 중심으로 규칙을 만들고, 구조 신호용 불을 피우며 질서를 유지하려 해요. 하지만 잭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점점 어두워져요. 잭은 사냥에 집중하면서 점차 힘과 두려움으로 무리를 지배하게 돼요. 이 소설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는 파리에 둘러싸인 돼지 머리('파리대왕')가 사이먼 앞에 나타나는 장면이에요. 이는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공포와 악의 정체를 보여주는 순간이죠. 결국 이 책은 ‘짐승’이 밖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안에 있음을 말해주는 소설이에요.
🔥 『파리대왕』 줄거리와 인물 간 갈등
『파리대왕』의 줄거리는 처음 보면 단순해요. 비행기 사고로 인해 몇몇 소년들이 외딴 무인도에 떨어지고, 어른 없이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죠. 어릴 때 읽었던 '로빈슨 크루소'처럼 모험 가득한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 책은 전혀 달라요. 소년들의 모험은 곧 두려움과 본능의 시험대로 바뀝니다.
처음엔 랄프가 리더가 되고, 피기라는 똑똑하고 말 많은 친구가 그를 도와요. 피기는 안경을 써서 불을 피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요. 이들은 신호용 불을 피우고, 모두를 위한 규칙을 만들며 질서를 유지하려 하죠. 그런데 잭이라는 인물이 등장을 해요. 처음엔 괜찮은 아이처럼 보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사냥에만 집착하고, 결국 "짐승을 잡자!"는 구호 아래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가요.
여기서 중요한 건, 아이들 속에서 점점 공포가 자라기 시작한다는 거예요. 정체불명의 ‘짐승’이 섬 어딘가에 있다고 믿게 되고, 그 짐승을 이겨야 한다는 명분 아래 폭력이 정당화되기 시작해요. 이 과정에서 사이먼이라는 아주 조용하고 섬세한 아이가 중요한 사실을 깨닫죠. 짐승은 밖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마음 안에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걸 말하기도 전에... 사이먼은, 어둠 속에서 짐승으로 오해받고 무리에게 집단적으로 맞아 죽어요. 저는 이 장면에서 숨이 턱 막혔어요. “설마 애들 이야기인데...”라는 생각이 무색할 만큼, 현실보다 더 비극적이었거든요.
피기도 결국 잭 무리에게 안경을 빼앗기고, 절벽에서 떨어지는 바위에 맞아 목숨을 잃어요. 안경은 상징적으로 문명의 도구인데, 그걸 빼앗고 폭력으로 눌러버리는 순간, 섬은 완전히 야만의 공간이 돼요. 나중엔 랄프까지 사냥당할 위기에 처하게 되고, 섬 전체에 불이 붙은 그때—마침내 구조선이 도착해요. 하지만 그 구조는 아이들이 잃어버린 순수함을 되돌려주진 않죠.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아이들이니까 착할 것이다’는 생각이 얼마나 순진한 착각이었는지 알게 돼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은 왜 스스로를 무너뜨릴까?"라는 물음을 품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피기처럼 말 많고 순해 보이는 사람이 가장 먼저 희생되고, 사이먼처럼 진실을 아는 사람이 끝까지 말하지 못하는 세계... 어쩌면 이건 지금 우리 사회의 축소판일지도 모르겠다고 느꼈어요.
🪞 『파리대왕』을 읽고 남은 질문들
이 책은 한 문장, 한 장면마다 생각할 거리를 안겨줘요. 처음엔 단순한 생존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다 읽고 나니 제 머릿속엔 “나는 어떤 인간인가?”라는 질문이 맴돌았어요. 랄프처럼 규칙을 따르려는 사람일까, 아니면 잭처럼 힘을 따르는 사람일까. 특히 사이먼처럼 진실을 말하려다 외면당하는 사람의 모습은 요즘 사회에서도 볼 수 있어요. 저는 이 소설을 통해 문명이 주는 안락함이 얼마나 허약한지 깨달았어요. 우리도 조직이나 사회 속에서 다양한 상황에 놓이잖아요. 규칙이 무너지면 얼마든지 갈등이 생기고, 누군가는 희생될 수 있다는 사실이 낯설면서도 현실적이었어요. 『파리대왕』은 고등학생 이상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책이에요. 문학을 깊이 있게 즐기고 싶은 분들,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을 품고 있는 독자에게 추천해요. 다음엔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읽으며 이 주제를 더 넓게 생각해보고 싶어요.
결론 : 『파리대왕』은 문명과 야만 사이에 선 인간의 본질을 정면으로 묻는 작품입니다. 인간 본성을 깊이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