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엄마가 죽었다” – 『이방인』의 충격적인 첫 문장
이 책을 펼치자마자 마주한 첫 문장은 나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른다.” 죽음을 앞에 두고 이토록 무심할 수 있을까?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뫼르소라는 주인공을 통해 인간 존재의 부조리함과 무감각함을 극한까지 밀어붙인다. 뫼르소는 세상의 기준에서 보면 ‘이상한 사람’이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고, 연인에게 사랑을 말하지 않으며, 살인을 저지른 후에도 후회하지 않는다. 그의 감정 결여는 사회와 법정으로부터 철저히 배척받는다. 하지만 나는 그를 미워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의 담담함 속에서 어떤 진실을 보게 되었다. 뫼르소는 자신의 삶을 미화하지 않고, 억지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려 애쓴다. 우리가 평소에 무심코 지나치는 현실의 허상을, 뫼르소는 냉정하게 직시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 부조리와 자유 – 카뮈 철학의 핵심을 묻다
『이방인』은 줄거리 자체보다 철학적 메시지가 더 중요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카뮈의 ‘부조리 철학’과 깊이 맞닿아 있다. 부조리란, 인간이 의미를 갈망하지만 세계는 침묵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뫼르소는 이 부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는 사회적 규범이나 종교, 감정적 위로조차 부정하며 “삶에는 본래 의미가 없다”고 선언하는 듯하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뫼르소는 오히려 자유를 얻는다. 죽음을 앞두고도 그는 태연하다. “나는 행복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다.”라는 그의 고백은 인간이 얼마나 의미 없는 세계 속에서도 자기 존재를 긍정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왜 이렇게 열심히 살아야 하나’, ‘무엇이 옳은 삶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하고 싶어졌다. 의미를 갈망하면서도 그것이 결국 부질없음을 인정할 때, 오히려 더 명료한 자유가 찾아온다는 사실을 배웠다.
🌅 낯설게 하기 –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삶의 태도
『이방인』을 읽으며 가장 큰 충격은 내가 너무나 익숙하다고 여긴 감정과 삶의 규범이 사실은 타인의 기대였다는 점이다. 뫼르소는 울지 않아서,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서, 장례식에 경건하지 않아서 비난받는다. 하지만 그는 거짓으로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다. 그는 스스로를 연기하지 않고, 사회의 틀에 맞추지 않는다. 그로 인해 그는 ‘이방인’이 된다. 이방인이라는 단어에는 외로움과 자유가 동시에 담겨 있다. 나도 어느 순간 ‘나답게’ 살고자 하면 사회에서 이질적인 존재가 된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그럴 때 이 책은 위로가 되었다. 정해진 감정, 행동, 언어에 길들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했다. 뫼르소는 어쩌면 우리가 모두 마음속에 숨겨둔 ‘진짜 나’일지도 모른다. 『이방인』은 우리 안의 위선과 두려움을 들추어내고, 있는 그대로 살아도 괜찮다는 용기를 준다.
📘 마무리하며 – 삶에 던지는 낯선 시선
『이방인』을 덮고 한동안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지금까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감정의 표현들, 슬픔이나 기쁨에 대한 반응들조차 실은 누군가의 기대 속에 길들여진 것이 아니었을까. 뫼르소를 보며 처음엔 ‘왜 저럴까?’ 했지만, 점점 그에게서 어떤 솔직함과 용기를 보게 되었다. 나도 처음 독서를 시작했을 때는 책 속 인물들이 이해되지 않아 덮어버린 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엔 끝까지 따라가 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소설은 정답을 주기 위한 책이 아니라, 각자가 스스로 묻고 대답하게 만드는 책이라는 걸.
나는 아직도 ‘진짜 나’가 어떤 사람인지 확신할 수 없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조금은 나를 더 솔직하게 들여다보게 됐다. 때로는 감정을 억누르지 않아도 되고, 때로는 아무 의미 없어 보여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이 그 자체로 괜찮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방인』은 철학서처럼 어려우면서도, 그 안에 담긴 진심은 오히려 내 일상에 가까웠다. 진지하게, 천천히 읽고 싶은 분이라면 꼭 한 번 만나보셨으면 한다. 익숙한 삶의 프레임에서 잠시 벗어나, 나 자신에게 조용히 말을 걸 수 있는 그런 독서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