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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전집 리뷰

『세일럼의 마녀들』 광기 속 정의를 묻다

by 현명한영애씨 2025.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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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일럼의 마녀들』, 실제 사건이 드러낸 집단 광기

『세일럼의 마녀들』은 17세기 미국 매사추세츠의 작은 마을 세일럼에서 실제로 벌어진 마녀재판 사건을 바탕으로 쓰인 희곡이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땐, ‘마녀재판’이라는 단어가 나와도 솔직히 와닿지 않았다. ‘그저 먼 옛날 이야기겠지’ 싶었는데, 읽을수록 무서운 건 마녀보다 사람이었다. 이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은 단순한 미신이나 종교적 맹신의 문제가 아니었다. 두려움과 권력, 그리고 자기합리화가 얼마나 쉽게 결탁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말 그대로 집단 광기의 기록이었다.

작품 속 인물들은 대부분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그 사실만으로도 묘한 현실감을 준다. 특히 서로를 고발하는 장면들에서 소름이 끼쳤다. 한 사람의 고백, 아니면 누군가를 살리기 위한 거짓 증언이 곧 다른 누군가에겐 사형 선고가 되는 세계. 종교라는 이름 아래 이웃이 이웃을 고발하고, 진실보다는 생존이 우선이 되는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차츰 스스로를 속이기 시작한다. 나는 이런 구조가 어디서 많이 본 듯 낯익었다. 회사에서도, 사회 안에서도 가끔 그런 분위기를 느낀 적이 있었으니까.

아서 밀러는 이 작품을 통해 1950년대 미국 사회를 휩쓴 ‘매카시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아냈다고 한다. 당시 미국에선 공산주의자라는 이름으로 누구든 쉽게 고발되고 낙인찍힐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SNS나 뉴스 댓글에서 쉽게 누군가를 몰아세우는 방식과 비슷하지 않을까. 마녀라는 단어는 시대를 달리해도 결국 ‘비난의 대상’으로 반복되어 온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희곡을 통해, 우리가 너무 쉽게 동조하고 너무 쉽게 외면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라는 질문을 받는 기분이었다.

이 책은 단지 한 시대의 이야기를 다룬 고전극이 아니다.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취약하고, 두려움 앞에서 어떻게 타인을 희생시키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거울이었다. 처음엔 단순히 희곡이라 읽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대사 하나하나가 살아 있어서인지 오히려 몰입이 쉬웠다. ‘진실’이란 말을 반복하면서도, 정작 누구도 그 진실을 감당하지 못했던 인물들의 모습은 내 안의 어떤 죄책감까지 건드렸다. 『세일럼의 마녀들』은 초보 독서가인 나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 무서우면서도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세일럼의 마녀들』 광기 속 정의를 묻다

 

 

🔥 『세일럼의 마녀들』 속 존 프록터, 양심을 지킨 이름

작품의 핵심 인물인 존 프록터는 자신의 실수와 양심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인물이다. 그는 과거의 잘못을 고백하며 진실을 위해 싸우지만, 끝내 자신의 목숨과 바꿔서라도 '이름'을 지키려 한다. “나는 내 이름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그의 마지막 외침은 이 작품의 명대사이자, 양심을 지키려는 인간 의지의 정점을 상징한다. 『세일럼의 마녀들』은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정의가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침묵하지 않는 용기에 대한 이야기다. 프록터는 영웅이 아니다. 그저 평범한 인간이지만, 그의 선택은 진실과 정의에 대한 믿음을 우리에게 다시 묻는다. 아서 밀러는 이 인물을 통해, 외부의 선동보다 무서운 것이 스스로의 양심을 배신하는 것임을 경고한다.

 

 

📜 이 책이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세일럼의 마녀들』은 단지 과거의 사건을 회상하는 역사극이 아니다. 이 작품은 시대를 초월해 오늘날에도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다수의 판단에 무비판적으로 따르고 있는가? SNS를 통한 가짜 뉴스,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선동, 그 안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침묵하고 있는가?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말’의 무게와 ‘이름’의 가치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희곡의 제한된 공간 안에서, 밀러는 압축된 인간 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우리가 정의라 믿는 것이 때론 권력의 도구가 될 수 있고, 진실이란 늘 불편한 자리에 있다는 사실은 이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다. 마녀는 누가 만드는가, 그리고 나는 그 순간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 질문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한복판에 있다.

 

 

📘 『세일럼의 마녀들』은 우리의 거울이다

『세일럼의 마녀들』은 진실을 말하는 데 드는 용기의 무게를 보여준다. 그 누구도 선명한 악인이 없고, 모두가 인간적인 약점과 두려움을 지닌 존재로 그려진다. 이 점에서 이 작품은 여전히 생생하고, 강력하다. 광기 속에서조차 정의를 꿈꿀 수 있는가. 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힘이 이 책에는 있다. 나는 이 작품을 사회 구조 속에서 혼란을 느끼는 이들, 그리고 진실을 말하기 두려운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다음에는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양심을 파고든 『세일즈맨의 죽음』도 함께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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