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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전집 리뷰

『변신 · 시골의사』 부조리의 초상

by 현명한영애씨 2025.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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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변신』과 『시골의사』를 읽으면서 나는 인간 존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두 편의 단편은 전혀 다른 상황을 배경으로 하지만, 공통적으로 인간의 소외와 무력감을 아주 상징적으로 그려낸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현실에서 종종 느껴지는 설명할 수 없는 부조리함이 문장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변신』에서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는 단지 외모만 바뀐 것이 아니라, 가족과 사회로부터 철저히 고립된 인간의 상태를 상징한다. 반면 『시골의사』는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 앞에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무능함과 체념의 감정을 그려낸다. 두 이야기는 모두 짧지만 강렬하며, 독자로 하여금 인간 존재의 본질을 질문하게 만든다.

 

 

변신.시골의사/부조리의 초상/프란츠 카프카

 

 

🐛 변신 - 소외된 자아의 비명

『변신』은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벌레로 변해버린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의 이야기다. 이 설정 자체가 비현실적이지만, 오히려 그 판타지가 현실보다 더 리얼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나는 그레고르의 변신이 단지 외형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적 기능을 상실한 존재의 비극을 말한다고 느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그가 벌레가 되자, 가족들은 그를 차갑게 대하고 결국 외면한다. 이 과정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그만큼 가슴 아프다. 나는 과연 나 스스로가 쓸모없다고 느껴질 때 어떤 감정을 느낄까, 혹은 그런 존재를 마주했을 때 나는 어떤 태도를 보일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그레고르는 점점 말도 못하고, 움직일 수도 없고, 결국엔 방 한켠에서 죽어간다. 그러나 가장 슬픈 건, 그 누구도 그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단지 소설 속 이야기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오늘날에도 수많은 '그레고르'를 외면하며 살아가고 있다.

 

 

🏥 시골의사 - 도움받지 못하는 절망

『시골의사』는 전혀 다른 형식의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 흐르는 무력감은 『변신』 못지않게 강렬하다. 시골의사는 눈앞의 환자를 고치기 위해 애쓰지만, 모든 상황이 그를 조롱하듯 얽히고 꼬여 있다. 나는 그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무언가를 열심히 하려 해도 세상이 도와주지 않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시간에 쫓기고, 주변 사람들은 그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 와중에 환자는 점점 나빠지고, 의사는 무력한 채 그 상황을 떠나야 한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의사의 고난이 아니라, 현대인이 겪는 부조리와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무감각함을 상징한다. 나 역시 주변의 고통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들이 있었다. 이 이야기를 통해 나는 ‘도움’이라는 단어의 의미와, 우리가 서로에게 얼마나 무관심해질 수 있는지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 변신과 시골의사, 왜 지금 읽는가

처음엔 다소 난해하게 느껴졌지만, 『변신』과 『시골의사』는 지금 이 시대에 꼭 읽어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 속에서 자신이 벌레처럼 느껴지거나, 무능한 존재로 전락하는 순간을 자주 경험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단지 소외나 고독에 대해 읽은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두려움과 마주할 수 있었다. 카프카는 현실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지만, 그가 만든 상징은 현실보다 더 깊은 진실을 담고 있다. 『변신』 속 가족의 냉담함이나 『시골의사』의 무력감은 우리 일상 속 관계에서 너무나 쉽게 발견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혹시 나도 누군가에게 ‘무관심한 가족’이거나, ‘외면하는 사회’는 아니었을까? 우리는 왜 누군가의 비명을 듣지 못하는가?

그레고르의 비극은 단순히 그가 벌레가 되었다는 설정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이 사회에서 역할을 잃었을 때 겪는 철저한 소외와 무가치함의 은유다. 나는 그가 점점 말이 통하지 않게 되는 장면에서 깊은 공포를 느꼈다. 사회와 가족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나를 이해하지 못할 때의 절망감은 누구나 경험해봤을 것이다. 그레고르의 죽음은 육체의 종말이 아니라, 타인에게서 철저히 배제된 존재가 결국 선택할 수밖에 없는 최후였다.

『시골의사』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느낀 장면은, 의사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수치심을 느끼는 부분이었다. 아무 잘못이 없음에도 그는 죄책감에 휩싸인다. 나는 그 장면에서 ‘무기력한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새롭게 배웠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를 도울 수 없을 때, 그 사람의 고통까지도 함께 짊어진다. 그러나 그것이 해결되지 않을 때, 남는 것은 자책뿐이다.

이 두 작품을 나란히 읽으면서 나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떠올렸다. 인간은 ‘이해받고 싶다’는 욕망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레고르도, 시골의사도 결국 타인에게 이해받지 못한 채 고립되었고, 독자인 나는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나 자신을 발견했다. 문학은 때때로 거울보다 더 정확한 반영을 한다. 『변신』과 『시골의사』는 그런 문학의 본질을 가장 강렬하게 보여준다. 당신은 외면하지 않고 그 질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카프카의 작품이 현대인에게 여전히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그의 이야기가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모습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나 자신을 포함해 우리가 얼마나 자주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변신』과 『시골의사』는 단지 기괴한 이야기들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애써 외면해온 인간의 민낯을 들이대는 거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그 거울을 피하지 않는 용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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